231222 FRI 미니프로젝트 소감 : 패착의 기록

오늘 미니프로젝트 발표가 끝났고 느낀 점이 많아서 오래 기억하고자 정리한다.

 

 

1. 프로그래밍 기술의 중요성(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높지 않다)

물론 쿼리를 짤 줄 모른다든지, 파이썬이나 R을 잘 못 다루는 건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시 중요한 역량은 프로그래밍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지'이다. 프로그래밍 기술은 이를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분석 대상을 '왜 분석해야 하는지' 목적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발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팀은 '온드미디어 중 특히 트위터가 반응이 덜한데, 왜 그런지 분석하고, 추후 톤앤매너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비즈니스 상황을 가정하고 분석을 진행한 팀이었다.

 

 

2. 주제 선정의 중요성

내가 속했던 팀은 중간에 한 분이 캠프에서 하차하셨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 모두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나마 나는 사전캠프에서 강의를 들었고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이를 당장 프로젝트에 써 먹는 건 이르다고 생각해서 시각화의 경우 엑셀로 했다.

또한, 각자 아이데이션 해 온 주제 자체도 (내가 가져간 주제도 물론) 솔직히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없는 종류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일단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먼저 확인하고 거기에 주제를 끼워맞추는 식이었다. 애초에 '왜'가 없으니 인사이트까지 생각조차 안 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판단했다.

 

• 아직 다들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 어차피 미니프로젝트니까, 익숙한 길(=엑셀)로 가야 한다.
• 어차피 맛보기 느낌의 미니프로젝트니까 포트폴리오에 쓸 만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기는 어불성설이다.
• 어차피 다음 주면 팀이 바뀌고, 본 프로젝트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그 전에 기술을 좀 더 쌓는 게 효율적이다.

요약하자면 '어차피 미니프로젝트니까'이다. 이 결정을 엄청 사무치게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태도가 글렀다. 셀프 피드백을 해 보자면, 짧게 배운 기술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다 같이 사전 조사를 하거나 아이데이션을 할 시간을 더 충분히 가졌어야 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확실한 방향, 목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정말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면 바로 아래 3번에 적을 팀 시너지가 더 났을 것 같다.

 

 

3. 팀 시너지의 중요성

우리 팀은 서로를 너무 잘 모르기도 했고, 서로 수준이 비슷비슷한 초짜였다. 그래서 일단은 가설 3개를 설정하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가설을 선택해 각자 진행한 후, 회의를 통해 발표에 올릴 결과를 하나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SQL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엑셀로 시각화를 했다. 딱히 흥미롭지 않은 주제, 이미 너무 익숙한 엑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잘하고 싶다'는 감각이 없었다. 

나는 이전에 있었던 업계의 특정 직무로 취업하기 위해 부트캠프 비슷한 걸 6개월 간 들은 적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진 24명이 모여 실무 기술과 스터디, 동아리 등을 했고, 과정이 끝나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잘 쌓아 취업에 성공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①서로의 관심사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알아갈 시간이 충분했고, ②이를 바탕으로 같은 관심사나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 추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③그렇지 않더라도 '저 사람들이 왜 저 프로젝트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기만 충분하다면 시너지는 얼마든지 날 수 있다. 단순히 프리라이더가 없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혹여 자신의 관심사는 아니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유의미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이 된다면' 시너지는 무조건 난다. 나는 팀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기 3개의 판단 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4. 결론 -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것

내 룸메이트는 SSAFY 출신 개발자로, 대기업에 다닌다. 프로젝트 발표가 끝나자마자 위와 같은 얘기를 두서없이 했더니 상당한 공감을 보내주었다. 룸메이트는 싸피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4개의 팀 중 '시너지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2개 팀이라고 한다. 나머지 2개 팀의 경우,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되는 수준이 달랐던 것 같다고. 물론 프리라이더가 있었던 경우도 있고. 

또한,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면 실무에 문제가 없지만, 왜 그 기술을 사용했고 왜 이 서비스가 있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내가 느낀 바와 비슷하다.

요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납득이 되거나 혹은 궁금할만한 분석 주제를 충분히 고민한다면, 어떤 사람과 팀이 되어도 커뮤니케이션 시 조금 더 원활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물론 기술을 더 쌓는 것도 중요하고, '분석'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